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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집필 생활, 즉 남들의 ‘변태적’ 성 취향을 토대로 동화 짓
기에 어울렸다.
얘기가 어디로 가는지 짐작되시겠지. 나보다 현실적인 후안
은 충동적이고 과감한 직업 변경에 대해 처음에는 의구심을 표
했다. 단호하게 반대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파국의 조짐을 느
끼면서 “그 책을 마치면 뭘 할 작정인데?”라고 물었다.
“다른 책을 쓰겠지. 아마 프리랜서로 활동할 거야. 언제든 교
단에 복귀할 수 있고, 그렇지? 이봐, 너무 회의론자처럼 굴지 마
시지!”
후안은 “난 모르겠어”라고 걱정스럽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북아일랜드에서 너무도 불행한 걸 알기에, 내 엉성한
계획이 못마땅해도 따라나섰다.
내 추락이 엄청났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엇비슷했다.
적어도 엄청나게 당황스러웠다. 문자 그대로 위기를 모면한 지
금도 그 얘기를 꺼내기가 힘들다.
그렇다. 자살하게 만드는 요인들은 대부분 말하기가 어렵다.
굴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으로 알게 되겠지만 유서에도 삶
을 중단하려는 진짜 이유가 밝혀지지 않기 십상이다. (에둘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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