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P. 9

정보 폭발의 빛과 그림자



               정보기술 분야에서 최초의 혁명은 인쇄술과 함께 일어났다. 1440년에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가 활판인쇄술을 발명하자 대중

               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 발명품 때문에 전혀 의도
               하지 않고 또 아무도 예상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바로 1775년 산업

                       1
               혁명이다.  그때까지 과학이나 경제에서 진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
               다가 비로소 그해를 기점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성장과 변화가

               급격하게 전개되었다. 1775년은 그동안 작은 변화가 축적되어 그야말

               로 질적으로 도약을 시작한 해였다. 산업혁명은 장차 계몽주의와 미국
               이라는 나라를 낳을 수많은 사건을 궤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인쇄술은 전혀 예상 밖의 것부터 낳았다. 바로 수백 년에 걸

               친 종교전쟁이다.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예측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여
               러 갈림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믿게 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유혈이 낭자한 시대가 전개되었다.           2

                 책은 구텐베르크 이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때는 책이 널리 쓰이
               지도, 널리 읽히지도 않았다. 책은 그저 귀족을 위한 사치품으로 필경

                                           3
               사가 한 번에 한 권씩만 만들었다.  당시에 책 다섯 쪽을 만드는 데 드
               는 비용이 (오늘날의 미국 달러로 치면 200달러쯤 되는) 약 1플로린이

                       4
               었으니까,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신호와 소음》 한 권에는 약 2만 달
               러가 드는 셈이다. 게다가 당시의 책은 사본의 사본을 베끼는 과정을 거
               쳐 만들어진 만큼, 필경에서 수없는 오류가 생겼을 게 분명하다. 이런

               오류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증식과 돌연변이 과정을 통해 확대되었다.






               46 | 신호와 소음
   4   5   6   7   8   9   10   11   12   1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