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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기에 지식을 축적하기란 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웠다. 기록으로

                    축적된 전체 지식이 줄어들지 않게 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책은 생산 속도보다 더 빠르게 망가지고 부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독교 성서의 여러 판본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든 소수

                    의 정본과 더불어 살아남았다. 하지만 막대한 지혜가 세월 속에 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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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져버렸다.  사실 그런 지혜를 굳이 종이에 기록해 남겨야 할 동기도 거
                    의 없었다.
                      지식을 추구하는 활동은 전혀 쓸모없다고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본

                    질상 무익한 일로 비쳤다. 사람들은 오늘날 모든 게 너무도 빠르게 바

                    뀌어서 무상함impermanence을 느낀다고 하지만, 이 무상함은 우리 전 세
                    대들에게는 훨씬 더 실제적인 관심거리였다. 《전도서 Ecclesiastes》의 멋진

                    성경 구절처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었다”. 많은 것이 새로 발견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모든 것은 금방 잊힐 터이기 때문이었다.                6
                      인쇄술이 이런 모습을 바꾸었다. 그것도 영원히 그리고 심대하게.

                    책 한 권을 만드는 비용은 거의 하룻밤 새에 3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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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었다.  오늘날 가치로 2만 달러나 되는 비용이 70달러로 떨어진 셈
                    이다. 인쇄술은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구텐베르크가 살던

                    독일에서 로마, 세비야, 파리, 바젤까지 퍼져나갔다. 1470년까지 상황
                    이 그랬고, 그로부터 10년 이내에는 유럽의 거의 모든 주요 도시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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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쇄술이 전파되었다.  제작되는 책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서 인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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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발명되고 100년 동안에 약 30배로 늘어났다.  인간 지식의 저장고
                    는 빠르게 채워졌다.

                      그러나 정보의 질은 월드와이드웹 World Wide Web 초창기처럼 편차가






                                                                     들어가며 |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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