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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을 바르는 잠깐의 수고도 아끼지 않고 말이다. 마담 콘시
니처럼 나도 설레는 미래를 꿈꾸는 90세가 되고 싶다.
파리 7구에 있는 오르세미술관은 역사를 개조한 독특한 건물
이다. 인상파 회화 컬렉션으로 세계에서 첫 손 꼽히는 이 미술관
에는 일 년 내내 전 세계의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친구 카리나
가 이 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전람회에 가자고 했다. 우리는 전람
회를 돌아보고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한 잔 하기로 했다. 봄
날씨 치고는 약간 쌀쌀했지만 햇살이 눈부셔 더없이 화창한 날
이었다. 이런 날은 파리 사람들 모두가 햇볕을 즐긴다. 카페에서
도 햇볕이 쨍쨍한 테라스가 인기다.
카리나와 나도 선글라스를 쓰고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나
혼자였다면 그늘에 자리를 잡았을 텐데. 카리나는 오늘 실크 블
라우스와 캐시미어 카디건, 울 스커트, 구두와 가방까지 온통 베
이지톤이다. 짙은 크림색부터 사막 같은 샌드베이지색, 갈색에
가까운 짙은 베이지색 등 한 톤으로 색깔을 맞춘 차림새가 시크
하고 세련됐다. 거기에 시폰 소재의 큰 숄, 짧게 정리한 손톱에
깔끔한 매니큐어, 손에 쥐고 있는 빨강색 가죽 키홀더가 포인트
가 되어 얄미울 정도로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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