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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라는 인사와 함께 눈 깜빡할 새 가버렸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얼굴은 자세히 못 봤지만 단정하고 품
격이 느껴지는 인상이다. 곧이어 우리 앞으로 샴페인 잔이 놓였
다. 종업원이 “저 신사 분께서……” 하고 말하자 카리나는 가만
히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고맙다는 말도
못 했어.”라는 내게 “흔한일인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러시아인
일 거야. 매력적인 억양과 가죽 냄새가 나는 향수를 보면…….”
하며 웃던 카리나의 요염한 표정.
향수는 아마 샤넬의 ‘퀴르 드 뤼시’(‘러시아의 가죽’이라는 뜻-옮
긴이)였겠지? 카리나의 미소를 보자 이들에게 왠지 다음 스토리
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리나와 저 남자 사이에 진짜
사랑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속의 기대가 피어올랐다.
“살다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마담 콘시니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다. 맞는 말인 건 알지만 이
렇게까지 삶의 불확실성을 즐길 수 있을까? 어쩌면 프랑스 사람
들 모두가 지금 연극 공연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어이없는
상상까지 하게 된다.
‘세상은 무대, 사람들은 모두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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