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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너무 좋아서 참을 수가 없네요. 다음에 내 것도 사다주지 않을
래요?” 하고 말을 건넨 사람이 바로 마담 콘시니다. 오전 8시도
안 된 이른 아침이었는데 단정하게 손질한 은발이 눈에 띄었다.
그녀를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분 연세가 한 80대 정도 됐을까?’
부드러우면서도 꼿꼿한 말투와 또렷한 눈빛을 가진 그녀는 일
본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스타일의 마담이었다. 그날 이후 일
주일에 몇 번인가 바게트와 크루아상을 사다주면서 그녀와 친해
졌다.
마담 콘시니는 만날 때마다 항상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갈하
게 꾸민 모습이었다. 매일 아침 예쁜 란제리 고르는 것을 시작으
로 옷과 구두를 고르고 머리 손질을 한 후 마지막으로 거울 앞에
서 립스틱을 바른다. 정성스러운 그 의식은 오전 8시 전에 일찌
감치 끝난다. 아무데도 갈 곳이 없어도 누군가와 만날 약속이 없
어도 그 의식에는 변함이 없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그럼에도 매일 정갈
한 단장을 잊지 않는 긴장감이 그녀를 할머니가 아니라 여성으
로 존재하게 한다. 일본에서 할머니라고 하면, 푸근하고 지혜로
운 느낌도 있지만 자신을 깐깐하게 가꾸는 것보다 주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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