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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발전시키는 법을 찾아 헤맨다. 예전에 유명 화가 한 명
               이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화랑에서 자신의 그림을 볼

               때마다 거기서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만 찾게 된다고. 에피쿠

               로스의 말이 맞다. 완벽주의란 온전한 성취감을 절대로 느끼
               지 못하게 하는 완벽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에피쿠로스는 어떤 욕망도 갖지 않는 게 이상적

               인 삶이라고 주장하는 걸까? 지금 가진 것,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그저 만족하란 말인가? 성욕부터 미트로프가 먹고 싶다
               는 생각까지 모든 갈망을 싹부터 잘라버리라고? 그렇게 해야
               만 가장 행복한 삶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렇다. 에피쿠로스는 분명히 그렇게 믿었으며, 이를 말로

               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철저하게 실행에 옮긴 흔치 않은 철
               학자였다. 섹스는 권태나 질투 같은 행복하지 않은 감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금욕생활을 했다. 부처가 하루

               에 곡식 한 톨로 버티던 것보다는 잘 먹었지만 빵과 물만으

               로 만족하고 살았으며, 정말 참을 수 없을 땐 렌틸콩을 곁들
               여 특별식을 즐겼다. 다른 여러 철학자와 마찬가지로 에피쿠
               로스도 주장에 이런저런 복잡미묘한 단서를 달지 않고 완벽

               한 흑백논리를 따른 극단주의자였다. 하지만 많은 철학자와

               다르게 자신의 철학을 그야말로 평생 실천했다.
                 우리 집 개 스누커즈는 타고난 쾌락주의자다. 그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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