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P. 25

몇 달을 누워 밥도 제대로 먹질 못했다. 너무 허기가 져 한술 뜰 때조

               차 아버지 속 썩인 일들만 생각나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

               안 방에서 나오질 못했다. 하루하루 지나는 동안 우리 집 통장 잔고는

               계속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는 방에서 나와야 했다. 슬퍼서 아무것도 못
               하겠는데 꼭 해야만 할 일이 있었다. 돈을 버는 일이었다.







                          돈 없는 사람만이 아는 세상의 민낯



                 가난은 세상의 숨은 얼굴을 드러내준다. 가난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차갑고 비정한 얼굴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친척들부터 연락을 끊기

               시작했다. 먼저 전화를 하면 돈 빌려달라고 할까 봐 무서워서인지 받지

               도 않았다. 아버지가 건강할 때는 이런저런 부탁을 들어주고 친절하던

               주변 사람도 하나둘씩 떠나갔다.
                 나는 복학하지 않았다. 전교 꼴찌에 졸업장도 겨우 딴 내가 무슨 대

               학인가. 대학은 포기하는 게 맞았다. 스무 살의 내가 그때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가난해도 행복하다는 말은 순전히 거짓말이라는 것. 그건

               아마도 부자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제1장•집이 바닥 친 내 인생을 구원해주다       23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