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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피사로
Camille Pissarro 1830~1903
빨래 너는 여인
Femme étendant du linge 1887
캔버스에 유채, 41x33cm, 파리, 오르세미술관
1883년 지베르니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지조르 인근의 에라니쉬르엡
트에 정착한 뒤부터 피사로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농촌 생활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시장 풍경, 사과 따기, 수확을 즐
겨 그렸다. 크기가 작은 이 작품은 집안일에 관한 화가의 흥미와 관심을
보여준다. 꽃과 나무가 풍성하게 자라난 정원에서 한 젊은 여인이 빨래
를 널고 있다. 발치에는 어린아이가 풀밭에 앉아 여인을 바라본다. 그림
속 시선은 아이부터 엄마까지 이어지는 커다란 대각선을 이룬다. 빨래
를 너는 여인 뒤에는 빨래가 가득 담긴 손수레가 보인다. 피사로는 가벼
운 점묘법 터치를 이용해 일상 속 순간을 이처럼 아름답게 포착해냈다.
친근한 일상 속 장면을 담은 이 작품은 19세기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당시 여성들은 빨래, 정원 가꾸기, 육아 등 집
안일을 전담했다. 따라서 작품 속 젊은 여성은 풀밭에 앉아 있는 아이의
엄마가 분명하다. 피사로는 아내 쥘리와의 사이에서 두 딸을 포함해 총
여덟 자녀를 두었다. 첫째 딸 잔라셸은 1865년에 태어나 미네트라는 애칭
으로 불렸고 둘째 딸 잔은 1881년에 태어나 코코트라는 애칭으로도 불렸
다(1870년에 태어난 아델에마는 어린 나이에 사망했다). 이 작품 속 아이는 두세 살
정도로 보이므로 1884년에 태어난 폴에밀로 추측된다. C.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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