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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바흐는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바흐의 건반악기 작품은 바흐가 아
                         는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이지 미래에 개발될 악기를 상상하고 만든

                         곡은 아니었다. 바흐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현대 피아노로 연주
                         해도 환영했으리라 추측할 수는 있지만 정답은 없다.

                            오늘날 피아니스트는 하프시코드 소리가 어땠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소리를 고려해 바흐 작품을 어떻게 연주할지 결정할 수

                         있다. 많은 피아니스트는 음과 음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레가토                  legato ’
                         느낌을 내려고 흔히 서스테인 페달을 사용한다. 하지만 하프시코드

                         에서는 그럴 수 없다. 하프시코드에서 레가토는 손가락 움직임으로
                         만 만든다. 다른 손가락으로 다음 음을 누르기 전까지 지금 건반을

                         누르고 있는 손가락을 떼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조금 건조하

                         긴 해도 매끄럽게 음을 이을 수 있다. 현대 피아노로 연주하는 레가
                         토와는 상당히 다르지만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울림이다.
                            1955년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Glenn Gould 가 《골드베르크 변

                         주곡》을 녹음하자 피아노로 바흐를 연주하는 방식을 둘러싼 논쟁

                         이 크게 일었다. 그때만 해도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일반적인 피아
                         노 레퍼토리가 아니라 완다 란도프스카             Wanda Landowska  같은 하프시코

                         드 연주자의 전유물이었다. 당시 겨우 스물두 살이었던 굴드는 음반
                         사를 설득해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했

                         다. 굴드는 이 녹음으로 이름을 알렸고 그의 연주를 통해 많은 피아
                         니스트가 바흐의 음악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굴드는 명민한 사람

                         이었고, 현란하고 민첩한 기교와 명료한 아티큘레이션                 articulation (악구
                         를 구분하거나 음을 짧게 끊어 명료하게 만드는 표현 기법–옮긴이)을 구

                         사해 자신이 의도한 건조하고 세밀한 연주를 넘어 한층 또렷한 녹음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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