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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필요하다. 내가 젊었을 때는 바흐의 작품을 연주할 때 적당한
                         운지법을 찾는 일이 몹시 힘들었다. 무대에서는 전주곡과 푸가, 인

                         벤션 몇 곡만 돌아가며 연주했다. 바흐의 오케스트라 작품과 합창곡
                         은 훨씬 나중에 만났다. 이런 작품의 화려한 구조와 감정의 폭풍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바흐의 건반음악에서도 비슷한 울림을 들을 수
                         있었고, 그러고 나자 바흐의 음악을 더욱 탐구하고 싶어졌다.

                            바흐의 생애와 피아노의 출현 시기는 짧게 겹친다. 피아노가 막
                         개발되던 시기 바흐는 이미 작곡가로 무르익었다. 바흐가 주로 사용

                         한 건반악기는 하프시코드와 오르간이었다. 바흐가 사용한 ‘클라비
                         어 clavier ’라는 용어는 하프시코드와 클라비코드를 포함한 다양한 건

                         반악기를 의미했다. 바흐의 건반악기 작품은 오르간으로 연주되기

                         도 했다. 바흐는 ‘매뉴얼      manual ’(건반)이 하나만 있는 1단 하프시코드
                         나 매뉴얼이 둘인 2단 하프시코드 등 다양한 하프시코드를 연주했
                         다. 하프시코드는 작은 플렉트럼          plectrum (깃대로 만든 작은 돌기로 현을

                         뜯어 소리를 내는 부품–옮긴이)으로 현을 뜯어 소리를 낸다. 작고 둥

                         근 해머로 아래에서 현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 피아노와 확연히 구
                         별되는 부분이다. 초기 피아노는 음 전달력 면에서 하프시코드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점점 발전하면서 음량을 더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
                         게 되었고 연주자가 더 풍성하게 음악을 표현할 가능성이 열렸다.

                            바흐는 쉰 살인 1736년 무렵 피아노를 만났다고 알려져 있다.
                         1720년대 이탈리아 발명가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                    Bartolomeo

                         Cristofori 가 현대 피아노의 원형을 처음 개발했고, 이어 드레스덴의 악
                         기 제작자 고트프리트 질버만          Gottfried Silbermann 은 피아노를 제작해 바

                         흐에게 연주해달라고 부탁했다. 바흐는 음색에 감탄했지만 고음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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