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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면서 그 시체가 자기 것이라고 우겼다. 분쟁이 해결될 기미가 보

                이지 않자, 도깨비들은 남자 쪽으로 몸을 돌려 자기들이 들어오는 것

                을 지켜봤으니 판결을 내려달라고 청했다. 그들은 답을 원했다. ‘누
                가 시체를 집으로 가져왔는가?’

                   남자는 어느 쪽 도깨비든 어차피 자신을 죽일 것이니 거짓말을 해
                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진실을 말했다.

                   “먼저 들어온 도깨비가 시체를 갖고 왔어요.”

                   화가 난 두 번째 도깨비는 앙갚음으로 남자의 팔을 뜯어버렸다.
                이어서 우화는 뜻밖에도 섬뜩한 전개를 맞이한다. 곧바로 첫 번째 도

                깨비가 시체의 팔을 뜯어내 남자에게 붙여주었다. 그 뒤로도 두 번째
                도깨비는 계속 남자의 신체를 떼어냈고, 첫 번째 도깨비는 시체에서

                같은 부위를 차례로 떼어내 남자에게 갖다 붙였다. 결국 그들은 남자

                몸의 모든 부분을 시체의 것과 맞바꿨다. 두 팔과 다리, 몸통, 심지어
                머리까지. 마침내 두 도깨비는 함께 남자의 몸을 먹어치우더니, 입을

                깨끗이 씻고는 가버렸다.
                   도깨비들이 떠나자 홀로 남은 남자는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것을 곰곰이 돌이켜 봤다. 자신의 본래 몸은 도깨비들

                에게 모두 먹혀버렸다. 그의 몸은 이제 다른 누군가의 신체 부위들로
                완전히 대체되었다. 이제 그는 몸을 가진 것일까, 아닐까? 만약 몸을

                가졌다면 그것은 그의 몸일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몸일까? 만약
                자기 몸이 아니라면, 그는 어떻게 그 몸을 볼 수 있을까?

                   다음 날 아침, 남자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채 길을 떠났다.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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