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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던한 성격이 아닌 것은 스스로도 익히 알고 있지만, 나는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반찬에는 거의 손대지 않는다. 냉장고에서 막 나온 그
                             냄새는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냄

                             새보다는 냉장고 속에서 변한 음식의 온도, 식감 그리고 거기에 배어든
                             잡내를 포함한 종합적인 느낌이 싫다. 물론 시원한 동치미나 피클, 냉
                             장고 속 깊은 공간에 한 자리 차지한 장아찌처럼 숙성이 기본인 음식들

                             은 더 좋은 맛을 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메뉴들은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아주 좋아한다. 내가 꺼리는 것은 따뜻하게 먹어야 하는 반찬이

                             냉장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금방 찌거나 볶아 가급적이면
                                      당일 전부 먹을 수 있는 반찬을 선호한다.



                             결국 그때그때 해 먹는 음식을 좋아하는 것이다. 어제 한 밥이더라도,
                             식어버린 차가운 밥이어도 휘리릭 볶아낸 따뜻한 채소와 약간의 절임
                             류, 간단한 국이 있다면 가짓수가 많지 않아도 기분 좋고 든든한 한 끼

                             가 해결된다. 그때그때 해 먹는 음식은 다소 귀찮을 수 있다. 하지만 재
                             료만 미리 잘 손질하여 밀폐용기에 가지런히 준비해둔다면 큰 번거로
                             움 없이 빠르고 간편하게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다. 반찬이지만 꽤

                             괜찮은 하나의 요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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