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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필요 최소주의 한계를 알려면 정말 많이 비워 봐야 한다.
대개는 며칠 몇 달을 비워도 물건이 차고 넘치니, 과감히 비
워도 된다. 처분하는 괴로움에 익숙해지면 곁에 두어야 할
물건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의외로 ‘비우는 일’을 견디는
것이 늘 독하지는 않다. 끝까지 가지 않아도 달콤한 선물이
생긴다. 그건 바로 ‘자존감 상승’이다. 자수성가의 성공 신화
나 역대 명언, 고대 철학, 종교 경전으로도 부족했던 자존감
이 단지 물건을 비웠을 뿐인데 올라간다. 공간 안에서 물건
이 적으면 적을수록 ‘내’가 강조되는 단순한 원리다.
미니멀리스트. 그들의 언행에는 공통적인 확신이 있다.
물건을 줄인다고 해서 공황장애, 우울증, 주의력 결핍 등이
없어지지는 않지만 애정 결핍, 시기심, 열등감 등의 부정적
인 감정을 자존감으로 밀어낼 수는 있다는 확신이다.
요즘은 알몸으로 태어난 그대로, 아니 그 정도에 가깝게
살아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초음파로 심장 박동이 확인되는
순간부터 ‘내 물건’을 소유한다. 처음 소유하는 물건은 작지
만 성장하면서 물건은 커지고 쌓인다. 성인이 되면 ‘내 물건’
을 고르는 기준이 더 불확실하다. 성공을 포장하고 박탈감을
부추기는 마케팅과 곧 꺼질 거품 같은 유행이 개인의 성향을
마비시켜서 그렇다. 미니멀리즘은 이러한 마비를 푸는 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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