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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 이야기인데요. 친한 친구 중에 심심하다는 말을 입
에 달고 사는 친구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심심하다는 그 말에 공
감을 잘 못했어요. 그때 저는 고민할 것이 너무 많아서 그 고민
에 치이느라 심심할 틈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어느 날 물어봤지
요. “왜 그렇게 자주 심심해해?” 그 친구의 대답이 아직도 이따금
떠오릅니다. “내가 심심하다고 하는 건 외롭다는 뜻이야.” 그때
저는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아, 나도 외로운데.’
친구의 외로움과 저의 외로움이 같은 것이었을까요? 그건 모르
겠지만, 심심할 새가 없어도 외로운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고, 때로는 함께 있을 때 더욱 외로워진다
고도 합니다. 이 외로움은 그저 묵묵히 견뎌내야만 하는 것일까
요? 아니면 이렇게나 외로워하는 내가 문제인 걸까요?
왜 외로운가요? 내 인생은 오직 나의 것이어서
외로움의 가장 놀라운 점은 ‘침투력’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
구와 무엇을 하든, 어떤 상태이든 외로울 수 있거든요. 우리는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가는 기분, 어떻게 해야 할까요?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