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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저는 10년 넘게 키스 더 케이크라는 공방을 운영하며 버터크림
                                                           플라워 케이크을 만들고 가르치는 일을 했어요. 짤주머니에 색
                                                           색의 버터크림을 넣어서 움직이다 보면 내 손에서 예쁜 크림 꽃
                                                           이 피어나고, 그 꽃으로 원하는 디자인의 케이크을 만드는 설레
                                                           는 일이어서 할머니가 되어도 케이크을 만들며 살아야겠다고 생
                                                           각했죠.

                                                           그러다 몇 년 전 프랑스 여행에서 단순한 호기심으로 단기 빵 수
                                                           업을 들었어요. 시설이나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수업이었
                                                           는데, 프랑스 명장님의 빵에 대한 열정과 오븐에서 마술같이 순
                                                           식간에 부풀어 오르는 바게트를 보고 한순간에 매료되어 빵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으로 돌아와 INBP에
                                                           서 프랑스 빵을 배웠어요.


                                                           전 이 과정만 끝내면 빵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빵은 같은 레시피여도 작업 환경에 따라 결과물이 달
                                                           라지더라고요. 종종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고 뭐가
                                                           문제인지 모를 때도 있는데, 너무 아이러니하게 이렇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빵 작업이 저에게는 지루하지 않게 인생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줘서 빵을 만들면서 살 제 인생이 점점 더
               제 비건빵은 유제품 섭취에                              기대가 돼요.

               어려움을 느끼는 분이나
                                                           더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껴 쉼 없이 빵을 만들고 있
               동물복지를 실천하시는 분 등                             을 때 제 빵 동기가 비건 프레첼을 만들고 싶다고 했고, 그 말에
                                                           “내가 만들어볼게”라고 나선 것이 제 비건 베이킹의 시작이었죠.
               엄격한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고,
                                                           비건 프레첼을 만든 후, 비건 크루아상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단
               논비건이 먹어도 맛있는                                순한 호기심이 지금의 VAKE를 있게 했어요.

               빵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기존 비건 크루아상은 식물성 마가린으로 만든 게 전부라 코코
                                                           넛 오일로 만든 크루아상은 어느 곳에도 자료가 없는 탓에 도움
                                                           받을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만들고 생각나는 대로 빼보
                                                           고, 더해보면서 만들 수밖에 없었죠. 처음부터 아예 실패했으면
                                                           시도하지 않았을 텐데, 될 듯 말 듯 안 되니 약이 올라 포기도 할
                                                           수 없었어요. 살면서 이렇게 간절히 원하고 노력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만들고 또 만들었죠. 학창 시절에 이런 식으로 공부
                                                           를 했으면 뭐가 되어도 됐겠단 생각을 수도 없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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