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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자유를 원한다고 하니 아마도 그의 총각 시절은 통장 잔
고를 0원으로 만드는 일에 몰두한 나날이지 않았을까. A에게
나의 용돈 액수를 고백하면 아주 한심한 놈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마누라에게 잡혀 사는 공처가라면서.
사실 A가 아니더라도 용돈 관련 화제가 나오면 안타까움과
의문이 섞인 반응이 상대방에게서 돌아오는 경우가 잦다.
“그거 가지고 사회생활이 되냐? 취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말문이 막혀 눈만 크게 뜨
기도 한다. 노골적으로 혀를 차며 동정하거나 깔보는 사람도
있다. 안사람에게 기가 눌려 대학생보다도 못한 용돈을 타 쓰
는 사내라는 게 동정의 근거다. 아내도 똑같이 15만 원을 받는
다고 아무리 말해도 들은 척도 안 하지만. 뼈 빠지게 일해서 가
족한테 다 바치면 나중에 후회하니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고 위
로하듯 다독이기도 한다. 어느 쪽이 되었건 나를 불쌍히 여기
는 마음은 같다.
한 달 용돈 15만 원인 남자를 향한 깔봄은 내가 문화생활도
안 하고 개인적인 시간도 누리지 못하는 워커홀릭이라고 오인
하는 데에서 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틀렸다. 나는 소박하
86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