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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 쳇바퀴 도는 서른의 질문이 나를 놓아주
지 않았다. 남들만큼 살지 못하는 30대의 나를 보며 남들처럼
살지 않겠노라고 객기를 부렸던 20대가 그리웠다. 나는 그대
로인데 그대로여서는 안 될 것만 같은 이 중압감. 나이 앞자리
숫자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왜 이런 변화가 온 것일까?
이 정체불명의 증상을 앓으며 몇 년을 보내고 나서야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되었다.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발견한
정사각형 모양의 책. 표지에는 익살스러운 펭귄 캐릭터가 독
특한 제목과 잘 어우러졌다. 전적으로 호기심에 구매한 책을
별생각 없이 펼쳤다가 숨겨둔 비자금을 발견한 것처럼 화들
짝 놀랐다. 나의 증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자세히 해설까지 해
주는 것이 아닌가.
서른에 걸린 중병
서른이 되자 찾아온 증상의 병명은 다름 아닌 ‘어른병’이었다.
어른병이란 21~121세 사이의 인간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병
으로 주요 증상으로는 만성적인 둔감함과 가벼운 우울증, 변
화에 대한 두려움과 심한 스트레스가 있다. 각종 청구서,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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