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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사람인데? 대체 무슨 생각이었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조언은 정작 대학생 시절에

               읽었던 철학책에서는 찾기 어려웠다. 늘 다른 질문이 먼저

               였다. “무엇이 참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윤리 원칙에
               는 이성적 근거가 있는가?” “‘의미’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
               가?” 이런 것들 말이다. 내 삶이든 다른 누구의 삶이든, ‘의

               미’라는 말의 뜻을 모른다면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맞는 말이다. 그 와중에도 졸업은 닥쳐오고 있었고 진짜
               성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졸

               업 후에 뭘 해야 할지 헤매고 있었다. 이후 몇 년 동안 철학

               대학원 몇 군데에 입학했다 자퇴했고, 텔레비전 게임쇼 작
               가로 일하거나 스탠드업 코미디 대본과 탐정소설 등을 써서
               생계를 유지했다. 철학책 몇 권을 옆에 끼고 여행도 많이 다

               녔다. 어떻게 해야 최선의 삶을 살 수 있는지 나는 여전히 답

               을 찾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힌트가 될 만한 글을 발견할 때마다 점점 누

               더기가 되어가는 공책에 전부 적어넣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모두가 순진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명
               언집을 낡은 전공서적들과 함께 상자 속에 치워버렸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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