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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다. 어떻게 해야 삶을 가장 잘 꾸려나갈 수 있을지, 위대한
            철학자들이라면 뭔가 지침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

            문이다. 그즈음 나는 대학을 졸업하면 뭘 해야 할지 감도 잡

            히지 않았다. 일단 의사나 변호사, 사업가가 되고 싶지 않다
            는 건 분명했는데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학교에 거의 없었
            다. 그래서 생각했다. 철학을 공부하면 적어도 최선의 삶으

            로 가는 차표 정도는 끊을 수 있을 거야.








              공책을 절반쯤 넘기자 필기도구가 만년필에서 볼펜으로

            바뀌었고, 문구 밑에 적은 메모는 “더 나은 방법이 있을 텐
            데” “살려줘!” 같은 단어 몇 개로 줄어들었다. 마지막 문구
            는 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         Reinhold Niebuhr 가 남긴 말이었다.

            “인생의 의미는 찾았다 싶으면 또다시 바뀐다.” 그 밑에는 이

            렇게 적혀 있었다. “진작 좀 알려주지 그랬어요!” 이 마지막
            페이지를 작성했을 때 나는 30대 중반 정도였을 것이다.
              몇십 년의 세월이 지나서 이 공책을 다시 훑어보는 첫 느

            낌은 부끄러움이었다. 당시에 내가 얼마나 순진했던가 싶어

            서다. 나는 정말로 철학자들에게서 삶의 지침을 얻을 수 있
            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들 대부분은 수천 년도 더 전에 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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