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P. 28

소피아랑 오늘 밤을 보내야 하지? 우조(물을 더하면 뿌옇게 색
            이 변하는 그리스 전통주–옮긴이)를 마시고 취하는 게 더 재미있

            을지도 모르는데 왜 아편을 피워야 하지? 난 하비브가 동네

            선술집 테라스에서 멍하게 몸을 떨고 있는 모습을 꽤 여러
            번 봤다. 넘치는 부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에 종종 터져나
            오는 웃음을 참아야 했지만 하비브 본인에게는 웃어넘길 문

            제가 아니었다. 쾌락주의로 인해 불안해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아리스티포스의 분명하고 직설적인
            쾌락주의에서 신선함을 느낀다. 무엇보다 좋은 의미로 다른

            철학자들의 사상에 비해 단순하다. 아리스티포스는 지적 쾌

            락이 감각적 쾌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이 내용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우리 집 개 스누커즈는 아
            리스티포스의 사상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아리스티포스

            가 말하는 삶의 비결을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이유 또한 분명

            하다. 스스로를 즉물적 욕구로만 가득 찬 동물로 보는 게 나
            는 못내 불편하다. 오해하지 마시라. 난 진심으로 동물을, 특
            히 스누커즈를 사랑한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내 의식을 아

            무래도 부정할 수 없다. 내가 얼마나 인간중심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아리스티포스가 일깨워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환상적인 난교파티를 상상하면서도 지금껏 해




            26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