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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기 위한 지리학적 단서



                   그런데 우리는 이런 장소를 단순하게 삶의 무대로만 생각하

               고 주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장소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너무도 크다. 예를 들어 수업이 이뤄지는 교실이라는 장
               소를 생각해보자.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백열등이 아니라

               시야를 또렷하게 확보해주는 환한 형광등이 그 장소를 밝힌다.
               그 밝은 조명 아래 푹신하거나 편안하지 않고 딱딱한 의자와 책

               상이 줄 맞춰 배열되어 있다. 학생들은 불편함을 의식하지 못한

               채 그 딱딱한 의자에 한 시간 이상 앉아서 강의를 듣는다. 앞쪽
               에는 교탁과 칠판이 높게 설치되어 있다. 선생과 학생이 각자의

               자리에서, 한쪽은 앉아서 올려다보고 한쪽은 서서 내려다보도

               록 정돈되어 있다.
                   그런 독특한 장소인 교실에 들어갈 때 선생과 학생의 마음

               가짐을 생각해보자. 어제 과음을 했거나 피곤한 일이 있었다고

               교실에서 한숨 자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선생은 없을 것
               이다. 커피를 한잔 들고 들어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쉬다

               나와야겠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피곤해서
               쉬고 싶다는 욕망이 솟아올라도, 일단은 들어가서 졸음을 참고

               정숙한 자세로 수업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생





               낯선 곳에 던져졌을 때 비로소 ‘나’는 발견된다_이영민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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