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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니멀리즘을 전하는 또 하나의 목적은 ‘평화’와 ‘환

        경 보호’다. 앞으로 싸움은 외계 침략자하고만 하고, 갈등은

        드라마에서만 보자는 것이다. 오랜 세월을 겪은 농부, 어부
        의 추억을 들어보면 지금은 믿기 어려운 풍년 일색이다. 이

        런 이야기를 들으면 좀 억울하다.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다
        ‘그땐 그랬지’다. 내 그리 우리 강산을 돌아다녔어도 야생 호

        랑이 한 번을 못 봤다. 아날로그 시대의 막바지에 태어나는
        바람에 자연과 친숙해질 기회도 적고, 이제는 자연을 벗 삼

        아 밤새 즐기고 싶어도 돈 없이는 접근조차 어렵다. 지금 세
        대는 경험할 수 없게 된 과거와 현재의 어떤 모습은 경제 원

        리에 따라 ‘파괴’해야 하는 것으로 구분되고 있다. 가축이 전
        염병에 걸리면 산 채로 묻고, 숨차게 뛰놀 아이들이 마스크

        를 한 채로 노는 건 효율성만으로 합리화하기에는 어딘지 씁
        쓸한 희생이다. 종교가 있다 한들 세상은 여전히 너무 어지

        럽다.
           나는 이러한 세상의 장기적 호전과 마스크 없는 일상으로

        의 회복을 미니멀리즘에 걸었다. 그래서 오늘도 카메라 렌즈
        를 주시한다. 머리를 질끈 묶고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 되

        는 음성으로 말한다.
                           “미니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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