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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존재하지도 않는 규칙들이 많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는 규칙, ‘쌀 한 톨도 남기지 말라’가 떠오른다.

            쌀 한 톨 생산하기까지 흘리는 농부의 피땀을 기억해야 한다
            는 말을 집에서도, 유치원에서도 듣고 또 들었다. 정말 쌀 한

            톨도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다 보니 어른들에게 복스럽게 잘

            먹는다는 칭찬을 받았다. 나에게 식사는 점점 음식을 섭취하
            는 행위가 아닌 그릇을 비우는 행위에 가까워졌다. 지금도 그

            릇에 남아 있는 음식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회사 동료들과 식사를 하다 의문이 든 적이 있다. 동료
            A는 만 원씩 하는 밥값을 내고도 반절이나 남기는가 하면 동

            료 B는 맛이 없다며 거의 입에 대지도 않는 게 아닌가. 그들에

            게는 피땀 흘린 농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정녕 없는 것일까.
            돈이 아까워서라도 그릇을 싹싹 비우는 나에게 그들은 이방

            인 같았다. “돈 주고 먹는데 그렇게 남기면 아깝지 않아요?”라

            고 묻자 기상천외한 답변이 돌아왔다. “왜요? 오히려 돈 주고
            먹으니까 내 마음대로 남겨도 되죠.” 그제야 깨달았다. 그들

            이 날씬한 이유를.

                   농부가 흘린 피땀 외에도 자원 낭비로 인한 환경 오염,
            지구 반대편에서 굶어 죽는 기아 난민 등 그들을 설득할 갖가

            지 논리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무슨 소용인가. 그들이 무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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