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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은 두려움과 고통, 죽음과 암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의

                 사가 그렇듯, 나도 연민과 초연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했

                 다. 균형을 찾는 것은 때때로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병

                 원에서 매일 목격하는 일을 직접 겪으면 어떨지 상상해본 적
                 은 없었다. 이 책은 의사로 살아온 내가 어떻게 환자가 되었는

                 지에 대한 이야기다.

                   철학을 공부했던 나는 결국 의학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

                 었다. 의사가 되었을 때 가장 기초적인 과학 지식만 알았을 뿐

                 이다. 그래서인지 과학에 깊이 매료되지만 어쨌든 나는 과학
                 자가 아니다. 신경외과 의사는 신경과학자가 아니다. 신경외

                 과 의사가 신경과학자라고 얘기하는 것은 마치 배관공이 금

                 속공학자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자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겼거나 무

                 시했던 질문들,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질문들이 갑자기 매우
                 중요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꼭 찾지

                 못하더라도 더 잘 이해해보려는 나의 노력을 담은 이야기이

                 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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