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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현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 밑에는 유년기 트라우마로 인한 만성

             적 수치심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심리치료사로서 내게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점은 이러한 분석 결과가 아니라 치료 과정

             이었다. 상담자가 브라이언의 마음에 다가간 방식이 놀라웠다. 브
             라이언을 처음 만났을 때 힐러리는 그가 ‘지금 여기에 있지 않음’

             에 주목했다. 트라우마 환자들이 대개 그렇듯, 몸만 이곳에 있지
             마음은 어딘가 다른 곳을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힐러리는 브라이언에게 ‘이야기를 해보라’고 강요하지 않고
             먼저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런 뒤 친밀감이 조금 생기자,

             느닷없이 브라이언을 향해 쿠션을 던졌다. 브라이언은 얼떨결에
             쿠션을 받았고, 그 순간 그의 마음이 몸으로 들어왔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몸을 움직이면서 다른 생각을 하기는 어려운 법이
             다. 명상에서 말하는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게 하라’는 원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힐러리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전략을 사
             용했다. 이 창의적인 상담자는 브라이언에게 “자 이제 쿠션을 나

             에게 던져보세요”라고 했다. 그렇게 서로에게 쿠션을 던지고 킥킥
             대고 웃으면서 치료 과정이 시작된다.

                 브라이언은 힐러리와의 상담을 통해 서서히 살아났다. 전기충
             격 치료는 필요가 없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알고 있는

             증상 안에는 많은 감정과 경험이 억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트라
             우마가 대표적이다. 피할 수 없었던 고통을 겪은 이들은 고통의 기

             억보다, 고립감이 더 힘들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도 정확히 이해받
             기 힘들다는 고통, 세상에 혼자 있다는 느낌은 사람들을 ‘지금, 이




             6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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