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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이런 장르의 혼종은 왜 나타날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
                     만, 크게 두 가지 때문으로 보입니다. 자기계발서는 기본적으

                     로 ‘투 두 리스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숙제 부과’죠. 독

                     서 자체도 일스러운데, 다 읽고 나서 뭔가 해야 한다니 부담
                     스럽습니다. 이런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이

                     차용되었다고 보입니다. 말하자면 친절하게 달래가며 숙제

                     내주기 방식을 취하는 거죠. 이렇게 보면 심리학서나 사회과
                     학서, 경제경영서 등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지는 분야의 저자

                     들도 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법으로 에세이 형식을

                     취하는 듯합니다. 앞서 중수필을 퍽퍽한 통밀빵에 비유했지
                     요. 카스텔라처럼 편안한 일상 에세이를 경수필이라고 했고

                     요. 통밀빵과 카스텔라의 중간쯤 되는 빵이 혼종 에세이라는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반대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어떤 독자는 에세이를

                     자신이 읽어야 할 책 범주에 넣지 않습니다. 신변잡기 수다서

                     로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독자는 새로운 지식이나 유

                     용한 정보, 심도 있는 분석이 담겨 있지 않다면 책을 읽을 필
                     요를 못 느끼는 실용주의자입니다. 만약 사회과학이나 심리

                     학, 자기계발적 내용을 에세이 형식으로 전달한다면? 그들도






                                                           1장  에세이가 뭐라고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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